베이징 2025년 1월 25일 /
오전 5시 30분, 왕후이(Wang Hui, 여) 씨는 가족과 함께 선전 북역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 남부 선전시에서 중국 북서부 시안시로 향하는 오전 6시 8분발 고속 열차를 타기 위해서다.
대도시 영주권자인 왕 씨는 선전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지만, 특히 춘절(음력 설)에는 고향이 그립다고 말한다.
"대학 시절부터 선전에서 살았고 지금은 가족이 있지만, 매년 춘절이 다가오면 고향이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죠." 이른 시간과 긴 여행을 앞두고 있지만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다른 여행자 종(Zhong) 씨도 중국 중부 후난성 첸저우 있는 고향으로 향한다. 선전에서 10년 넘게 살았던 그녀는 선전의 급속한 성장에도 춘절 기간 동안 느꼈던 향수병이 절대 줄어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여행을 한 달 동안 계획했어요. 춘절은 가족과 함께하고, 우리를 연결해 주는 전통을 되새기는 때잖아요"라고 말했다.
춘절 대이동으로 알려진 '춘윈'이 중국 전역에서 시작되고, 왕 씨와 종 씨처럼 수백만 명이 가족과 재회하기 위해 긴 여행을 떠나며 가장 중요한 명절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민족 대이동은 1월 14일에 시작되어 2월 22일까지 40일간 이어진다. 당국은 이 기간 동안 90억 건의 지역 간 이동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전례가 없는 수치로, 교통 당국에 따르면 1월 19일까지 이미 10억 건 이상의 지역 간 여행이 이뤄졌다.
중국의 대표 온라인 여행사 중 하나인 씨트립(Ctrip)에 따르면 대부분 여행객은 광저우, 상하이, 선전, 베이징, 항저우와 같은 1선 도시에서 출발하며 하얼빈, 충칭, 청두는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로 꼽히고 있다.
수백만 명 여행객에게 춘절은 단순한 가족 상봉 그 이상의 의미다. 춘절은 이날을 정의하는 문화적 뿌리와 다시 연결되는 시간이다. 가족과 명절 음식을 함께 먹으러 고향 집으로 향하는 사람은 단순히 물리적 여정만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풍부한 문화 유산을 보존하고 기념하는 움직임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에게 춘절의 핵심은 가족 재회다. 가족이 함께 모이는 것은 시작일 뿐, 그 뒤로도 수많은 전통이 이어진다.
명절 용품을 구매하고, 춘련 붙이기, 홍바오(빨간 봉투) 주고받기, 폭죽 터뜨리기, 등롱 달기, 섣달그믐 밤 잠들지 않고 깨어 있기(수세) 등은 모두 주요 풍습이다.
다른 전통은 춘절연환완회(춘완)를 보는 일이다. 1983년부터 매년 방송하는 설 특집 TV 프로그램은 춘절 축제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 4시간 30분짜리 프로그램은 노래, 춤, 경극, 희극, 샹성, 무술, 곡예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인다. 올해 춘완은 춘절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 처음 열린다. 더 많은 문화유산 요소를 통합한 점이 특징이다.
춘완 외에도, 무형 문화 유산은 여러 측면에서 이번 명절의 중심 역할을 한다. 충칭에 있는 한 전통 문화 상점에서는 종이 공예, 그림자 연극, 연화(새해 그림) 같은 전통 상품의 판매가 급증했다. 이 상점을 운영하는 궈(Guo) 씨는 "많은 사람이 문화 유산을 반영하는 독특한 수제 선물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
무형 문화 유산을 주제로 한 관광도 호황을 이뤘다. 저장성의 전통 종이 공예 배우기부터 쯔궁시의 등불 축제 감상에 이르기까지 관광객은 몰입형 문화 체험을 제공하는 여행지로 몰리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여행 예약에서도 나타난다. 무형 문화 유산으로 유명한 지역이 관광객 관심을 끌며 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주요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 중 하나인 메이투안 트래블(Meituan Travel)의 데이터에 따르면, 구이양의 화호(불꽃 공연), 쯔궁 등불 축제와 같은 무형 문화 유산 체험 검색량이 전년 대비 각 5배, 2배 증가했다.
사상 최대의 춘윈이 나타나면서 올해 춘절은 전례 없는 규모의 여행객뿐 아니라 문화 소비 붐을 동반한다. 관광 시장에 활기를, 국가 경제에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